2. 주요 활동 소개
구체적인 협회의 활동을 살펴보기 전에 프랑스에서 유기농 농업에 쓰는 용어들을 간단하게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유기농 농업(Agriculture biologique)은 정부로 부터 유기농 인증을 받는 농업이다. 일반 농업에서 널리 쓰이는 합성 화학물질이나 유전자 변형 물질이 쓰이지 않는다. 목축과 관련해서도 최소한의 항생제를 사용하며, 최대한 자연적인 방식으로 가축을 사육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생태농업(Agroécologie)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퇴비 생산, 다양한 종 사이의 상호 보완성 등 농장 생태계를 좀 더 적극적으로 고려한 개념이다. 끝으로 영속농업은 생태계에 기반해서 인간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얻는 것으로 의식주를 포함한 더 넓은 범위의 활동을 다루고 있다.
프랑스에서 유독 널리 쓰이는 생태농업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자.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러시아계 미국 농부인 바질 벤신(Basil Bensin, 1928년)이지만, 68 운동 이후 프랑스에서 이 용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프랑스 정부 연구소인 개발을 위한 농업연구와 국제협력센터(Centre de coopération internationale en recherche agronomique pour le développement, CIRAD)와 국립농업연구소(Institut national de la recherche agronomique, INRA)에서 생태농업에 관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프랑스에서는 거의 주류적인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땅과 인본주의 역시 생태농업을 실천하는 협회로, 생태농업을 생명을 존중하고 땅을 치료하는 사회 변화적 운동, 하나의 대안 사회를 구성하는 운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생태농업 정보와 기술 교환 플랫폼인 오자에(Osez l’agroécologie, OSAE)에서는 생태농업의 주요 원리를 위의 그림과 같이 일곱 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생명 다양성을 보호하고 생태계의 자율적 기능들을 보존하여 생태계의 고유한 회복력을 증진하는 것, 두 번째로 비료, 탄소 연료나 병충해 방지제 등 민감한 자원의 사용을 최소화하는것, 세 번째 지역 식료품 시장을 활성화 할 것, 네 번째 탄소 감축이나 자연 수분 같이 전체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활동에 동참할 것, 다섯 번째 종 다양성을 보존할 것, 여섯 번째 자연 자원을 보호할 것, 끝으로 동식물 간의 영양물질 순환을 돕는 것이 일곱 가지 주요 원리이다.
아르데쉬 남부 라블라쉐르(Lablachère)에 위치한 땅과 인본주의 농장은 생태농업 원리를 적용하여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농장은 1000m2 정도 넓이로 방문객을 받고 있다. 간단하게 농장 구성을 살펴보면 먼저 생태다양성 정원에서는 야생 상태의 채소와 방향성 식물을 재배한다. 가족 농장은 4인 가족이 1년을 살기 위해 필요한 작물을 재배하여 농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선례를 보여주고 있다. 정원 한 편에 양봉장을 설치해 양봉기술실습을 할 수도 있다. 양봉기술실습에서는 벌집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물론 심화과정에서는 벌집 분봉, 여왕벌 사육, 꿀 채집 등을 배울 수 있다. 식물정화(phytodepuration)농장은 식물의 뿌리와 박테리아를 이용해 물을 정화하는 농장이다. 물이 잘 빠지지 않는 못을 건설해서 굵은 모래와 자갈로 채우고 여기에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심는다. 첫 번째 못에는 갈대류를, 두 번째와 세 번째 못에는 부들, 붓꽃, 습지에 자라는 워터 민트 등을 심어준다. 이 과정을 거쳐 최종 정화된 물은 사람이 수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며, 농장 관개시설에 쓰에게 된다. 이 외에도 채소 재배 농장, 온실, 묘판, 건식 화장실 등을 방문할 수 있다.
농장에서 베어낸 풀 종류는 말려서, 아직 마르지 않은 콩과 식물, 퇴비와 같이 세 층으로 넓게 깔아 보관한다. 음식 찌꺼기는 따로 용기에 담아서 분해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건식 화장실에서 나온 폐기물은 생울타리나 장식용 나무 등에 사용한다. 지렁이를 이용한 롱브리콩포스트(Lombricompost)는 음식물 쓰레기 중에도 지렁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만을 골라서 주어야 한다.
땅과 인본주의는 서아프리카와 지중해 주변 국가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먼저 서아프리카 국가 중에는 세네갈, 부르키나 파소, 말리, 토고, 베냉에서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농업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개발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지역 단체인 사헬인민 생태농업 연대(Agroécologie et Solidarité avec les Peuples du Sahel), 농업삼림을 위한 협회(Association pour l’Agroforesterie)와 같이 사막화를 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말리 활동을 예로 들어 지역 생태농업 활동을 살펴보자. 말리의 타챠란 (Tacharane)이란 도시에서는 현지 기관과 협력하여 농업 환경에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여기서 같이 일하는 조직은 비정부기관인 생태미래연대(Union pour un avenir écologique et solidaire)와 열대종자 생산을 위한 생태농업센터(Centre agroécologique de production de semences tropicales)이다. 이들 기관과 진행하는 공동 작업으로는 지역 기후에 적합하고, 재생산이 가능한 종자 보급, 화학 비료를 생태 비료로 대체, 관개시설 개선과 수전 보호, 채소 경작 활동 장려와 재배 작물의 다양화, 건기에 할 수 있는 농업활동 연구 등이 있다.
지중해 주변 국가로는 알제리, 모로코, 팔레스타인과 튀니지에서 생태농업 운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모로코에서는 대형 농업 산업으로 인한 개발과 가족 단위 농업이 동시에 이루어져 생태농업의 적용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은 편이다. 2001년 피에리 레비 방문 후에 땅과 인본주의 모로코 지부가 창립(2005년)되었고, 2009년에는 생태농업 연수원이 문을 열었다. 여기서는 프랑스 농장처럼 생태농업 활성화를 위한 실험용 농장이 운영되고, 생태다양성 촉진을 위한 여러 실험이 진행된다. 또한 지역 농부와 관련 서비스 종사자를 대상으로 생태 농업 교육을 하는 것은 물론, 특별히 여성들을 위한 작물종자 교육이 실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