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적정기술 사업화 사례연구: 라오스-한국 적정과학기술거점센터를 중심으로
A Case Study on Commercialization of Appropriate Technology in Lao PDR: Focusing on Lao-Korea Science and Technology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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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 논문의 목적은 국제개발협력의 유력한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는 적정기술 사업화 모델을 라오스-한국 적정과학기술거점센터(LKSTC) 사례로 검토하는 것이다. LKSTC는 농식품 분야의 세척·수처리·살균기술, 재생에너지 분야의 피코 수력 발전기, 피코-태양광 하이브리드 시스템, 에너지 원격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했다. 적정기술 사업화는 카이펜 마을기업, 학교기업, 사회적 기업을 창업했다. 정책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개도국 적정기술 사업화는 수원국 정부의 지역개발 정책과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시장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혁신적 기술개발 및 현지 창업네트워크를 적절히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중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Trans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paper is to examine commercialization model of appropriate technology through the case of the LaoKorea Science and Technology Center (LKSTC). LKSTC has developed washing, water treatment, and sterilization technology in the agrifood sector and three types of pico-hydro generator, Pico-solar hybrid system, and energy remote monitoring technology in the renewable energy sector. Commercialization of appropriate technology was successfully carried out through the establishment of Kaipan community business, school enterprises, and social enterprise. The policy implications are as follows. First, the commercialization of appropriate technology in developing countries should enhance the linkage with the regional development policies of the recipient countries. Second, in order to minimize market risk, innovative technology development and local startup networks should be properly established. Finally, the mid and long term efforts are needed to increase the sustainability of the business.
서론
적정기술 사업화를 통한 국제개발협력의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실행에 대한 논의가 다양한 관점에서 진행되어 왔다. 1970년대 슈마허(E. F. Schumacher)의 중간기술(Intermediary technology)에서 시작된 적정기술 개념은 현재 기술 수준의 문제보다는 현지 적합성이나 특정 맥락과 사용자에게 적합한 기술로 재개념화되면서 발전되어 왔다(김정태, 2012: 64). 같은 맥락에서 적정기술은 특정한 기술이 아니라 기술발전의 방향과 철학을 의미하며(윤제용, 2017)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지향하는 것이다. 최근 적정기술은 기존 기술 및 보급중심에서 수요 및 시장중심으로 접근방식과 실행방식이 전환되고 있으며, 사회적·경제적 편익을 동시에 추구하며 사회문제 해결과정에서 상품의 재해석과 시장의 재발견을 통한 혁신을 높이는 사회적 기업, 공유가치창출(CSV), 소셜비즈니스와 결합되면서 국제개발협력의 주요한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배귀희, 2012; 손혁상·김남경, 2013; 오단이 외, 2016; 이상혁, 2014; 장윤희, 2017).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적정기술 사업화의 성공사례 소개도 늘어나고 있다. 소개된 사례의 상당수는 물, 농업, 전통적 수공업, 에너지 관련 적정기술이 사업화와 연계되면서 개발도상국의 사회문제 해결과 나아가 성공적인 지역개발을 이룬 모델들이다(김종빈 외, 2020; 맹민수 외, 2020; 전수민, 2014; 이우성, 2014). 적정기술 사업화를 통한 개발도상국의 지원은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사회적 목적 달성과 동시에 사회적 기업으로서 시장경쟁력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엄밀한 계획과 실행방식이 요구된다.
이 논문의 목적은 국제개발협력의 유력한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는 적정기술 사업화 모델을 라오스-한국 적정과학기술거점센터(Lao-Korea Science and Technology Center, 이하 LKSTC)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LKSTC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구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개도국과학기술지원 사업(2014년 7월-2018년 6월)으로 2015년 라오스 북부지역 거점국립대학인 수파노봉대(Souphanouvong University) 내에 설립되었다.
LKSTC의 사업목표는 적정기술을 활용한 라오스 맞춤형 신재생에너지 실용화 및 고부가가치의 농식품 가공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정기술 사업화 및 창업모델을 구현하는 것이다. 2014년 7월부터 시작된 사업은 연차별로 사업대상국 협력기관 내 적정기술센터 설립 및 적정기술 개발·교육기반 확보(1차년도), 에너지와 농식품분야 적정기술 실행 설계 및 Lab scale 모델 구축(2차년도), 적정기술 사업화를 위한 시제품 개발 및 시범사업 기반 구축(3차년도), 최종적으로는 적정기술 사업화와 교육이 연계된 지속가능한 지역개발 모델을 구현(4차년도)을 목표로 하였다. 사업화의 경로는 대학과 시범 마을단위부터 소규모 창업 기반 구축을 시작으로, 향후 현지인 주도의 LKSTC가 라오스 북부지역의 창업보육센터(business incubator)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적정기술 사업화 모델을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켜 이러한 모델이 라오스 지역개발의 새로운 한 축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라오스 대학과 지역주민들(특히 여성 및 소수민족)의 사회경제적 자립과 삶의 질 향상을 이루고 SDGs 달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KSTC의 적정기술 사업화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사업대상국 현황 및 정부의 농업·에너지 관련 주요 정책을 우선 검토하고, 다음으로 현지에서 진행된 적정기술 개발 및 사업화 사례를 소개한다. 결론 부분에서는 사업수행 결과의 기대효과와 함께 향후 성공적인 적정기술 사업화를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1.
라오스 현황 및 농업·에너지 정책
1. 라오스 현황과 지역개발 정책
라오스는 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 반도의 중앙에 위치하여 중국, 미얀마,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내륙국가이다. 1975년 사회주의 혁명 이후 단일정당(LPRP)이 통치하는 사회주의 공화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1986년부터 시장경제 도입을 위한 개혁·개방(New Economic Mechanism)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백두주, 2011). 이러한 노력으로 ASEAN(1997년)과 WTO(2013년)의 정식회원국에 가입하였으며 2015년에는 아세안경제공동체(AEC)가 출범하면서 세계경제로의 통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대외적 환경변화에 따라 라오스는 기존 ‘닫힌 내륙국가(landlock state)’에서 ‘내륙연결 국가(land bridge state)’로의 이행을 국가비전으로 내세우면서, 최빈국 지위를 벗어나기 위해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해 왔다. 국토면적은 한반도의 약 1.1배(23.6 km2)이지만 전체 인구는 649만명(2015년)에 불과해 인구밀도는 1 km2 당 26명으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낮다. 최근 빠른 도시화의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전체 인구의 80% 내외는 농촌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낙후된 농촌지역 개발이 절대적인 과제로 볼 수 있다.
빈곤현황과 관련하여 라오스의 1일 평균 소득 1.25 달러(PPP) 미만 인구는 33.9%로 점진적으로 감소해 왔지만 여전히 전체 국민의 66%가 일평균 소득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는 대표적 빈곤국가이다. 공간적으로는 도시보다는 농촌지역에, 남부지역 보다는 북부지역에 빈곤인구가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라오스의 빈곤감소를 위해서는 북부지역 농촌지역 개발이 특히 중요하다. 라오스의 국가발전정책은 ‘국가사회경제발전 5개년 계획(National Socio-Economic Development Plan, 이하 NSEDP)’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MPI, Lao PDR 2011; 2016). NSEDP가 국가단위 정책추진 전략인 반면 지역개발정책의 핵심은 ‘삼상(3-Pillar) 정책이다. 이 정책은 주(Province)-시·군(District)-마을(Village) 단위로 개발전략을 수립하고 사업이행 권한을 중앙에서 지역으로 이전하여 자립적 지역개발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다. 지역이 사회경제정책의 중심 단위로 부상함에 따라 지역특화형 기술개발 및 사업화, 이를 통한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전략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라오스 북부지역은 산악지형이 많고 종족적 다양성이 높으며, 우기 철에는 취약한 인프라로 인해 고립되는 마을이 많다. 따라서 에너지와 농업 관련 기술개발 수요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사업대상 지역으로 선정되었다. LKSTC가 설립된 루앙프라방 시는 루앙프라방 주의 12개 시·군 중 정치, 경제, 사회문화의 중심이다. 또한 교육의 도시로서 대표 협력기관인 수파노봉대를 포함해 특성화된 전문고등교육기관이 밀집되어 있어, 사업성과의 지역적 확산이 용이하다. 루앙프라방 주의 경우 전체 781개 마을 중 28%, 12개 시·군 가운데 4개 시군이 정부에 의해 빈곤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농업 및 에너지분야 적정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통한 지역개발 잠재력이 높은 지역이다.
2. 농업 현황 및 정책
라오스는 전체 국토의 70% 정도가 산악지역이고 경작 가능한 지역은 단지 5.91%에 불과하며, 이중 영구적으로 경작이 가능한 토지는 전체의 0.42%뿐이다. 나머지 토지의 대부분은 개별 가구들이 소규모로 경작하고 있으며, 농업생산성에 중요한 관개지 면적은 3,100 km2 정도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여 효과적인 농촌개발을 위해서는 건기와 우기가 뚜렷한 기후적 조건과 현재의 토지사용 조건을 감안하여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적정기술을 농업과 연계시키는 전략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농업생산은 GDP의 27.6%에 불과하지만, 농업 종사자 수는 전체 고용의 71.3%를 차지하여 농업개발 분야는 라오스 빈곤감소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농업종사자들의 평균 경작지가 1-2ha에 불과해 매우 영세하고 ‘상업농’으로의 전환은 쉽지 않은 조건이다.
주요 농업생산품은 쌀, 옥수수, 사탕수수, 콩, 채소류, 커피 등이지만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들은 기본적인 가공 없이 대부분 중국 등 인근국가로 유출되어 ‘부가가치의 현지화’가 불가능한 상태이다. 라오스 내 특용작물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후적 특성에 맞는 다양한 특용작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저장-가공-유통-판매과정에 이르는 가치사슬 형성이 지체되어 농산물의 고부가가치화가 어렵다. 그 결과 1차 농산물은 저가로 중국, 태국 등 주변국가로 수출된 후 가공과정을 거쳐 세계 소비시장으로 수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라오스는 중국 등 인근 국가의 농산물 재배 배후지에 불과하여 농업의 고부가가치화 가능성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라오스 정부는 이러한 농업의 문제점을 인식하여 제7차 NSEDP(2011-2015) 기간동안 농촌개발역량을 높여 빈곤율을 감소시키고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달성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농업생산을 가공산업 및 판매와 연계하여 고부가가치화 하는 전략을 추진했다(MPI, Lao PDR, 2011). 2016년부터 추진된 제8차 NSEDP(2016-2020) 농업부문 평가에 따르면 농업생산품은 양적으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원재료 형태이며, 고부가가치를 위한 가공과정에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농가공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 및 투자확대를 강조했다(MPI, Lao PDR, 2016). 농산물 가공산업의 현대화는 NSEDP의 핵심적 목표인 ‘지속적이고 포용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한 필수적인 전략이다. 이러한 내용은 농업산림부(MAF, Lao PDR, 2010)의 ‘농업발전전략 2020’, 사업대상지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루앙프라방 주 제7차 SEDP(2016-2020)에서도 핵심과제로 상정되었다(Luangprabang Province, 2016). 라오스 정부의 농업 고부가가치화 전략은 농가공(agro-processing) 기술개발을 통해 시장경쟁력 있는 고품질의 가공상품을 생산하여 ‘부가가치의 현지화’를 이루고 궁극적으로 주민들의 소득증대 및 빈곤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3. 에너지 현황 및 정책
매콩강의 풍부한 유량을 토대로 한 수력발전은 라오스 에너지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연평균 1,800 mm 이상의 강수량과 국토의 70% 내외가 산악지역으로 구성되어 있어 수력발전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라오스 전력 보급률은 87%(2014년) 정도이지만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즉 중부와 남부지역은 전력보급률이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북부지역은 70% 수준이었다. 북부지역은 대부분 산악지역이고,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산간 벽지마을(remote village)들이 많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전력보급률이 현저히 낮을 밖에 없다. 산간 벽지마을의 경우 현실적으로 국가전력망 구축이 어렵기 때문에 이곳에 거주하는 마을주민들은 ‘에너지 빈곤’과 경제적 빈곤이 결합되어 삶의 질이 극도로 악화되어 있다. 따라서 산간 벽지마을의 지형적 조건에 맞는 에너지 적정기술 개발을 통해 에너지 빈곤문제를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
라오스는 제7차, 8차 NSEDP를 통해 국가 전력망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농촌 산간지역에 오프그리드(off-grid) 전력 확충 등 ‘재생가능한 대안적 에너지’개발을 통한 전력문제 해결을 추진했다. 이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감소시키고 대응 역량을 높이는 노력이기도 하다. 재생가능한 대안적 에너지 확대는 마을주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나아가 생산활동과 연계하여 소득증대를 이룰 수도 있다. 또한 정부가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 발전전략(2011-2025)에 따르면(Lao PDR, 2011), 화석연료, 석탄 등의 오염유발 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자원개발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자원에는 Small/Pico Hydro-power, Biomass, Solar 에너지가 포함된다. 이러한 국가 에너지전략의 핵심적 비전은 에너지 안보, 지속가능한 사회경제개발, 그리고 환경적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정책의 일환이다. 이 계획에는 2025년까지 전체 에너지 생산량의 3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과제가 설정되어 있다. 루앙프라방 주 제7차 SEDP(2016-2020)에도 대안적 에너지 시스템을 통한 전력보급률 상향 목표가 제시되어 있다(Luangprabang Province, 2016). 따라서 LKSTC의 사업목표인 재생에너지 분야 적정기술 개발 및 사업화(창업)는 수원국의 정책수요와 부합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적정기술 개발
1. 현지 특성 및 적정기술 수요조사
현지수요 적합형 적정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사업초기 선행되어야 할 과정은 적정기술 인벤토리(inventory)를 구축하는 것이다. LKSTC는 현지 협력기관인 수파노봉대(농대, 공대)와 루앙프라방 주 에너지광산국, 농업산림국과 공동으로 적정기술 인벤토리 구축을 위한 현지 특성 및 수요조사를 광범위하게 실시했다. 기관 간 정보공유와 워크샵을 통해 농식품분야 6개 아이템, 재생에너지분야 4개 아이템이 1차로 선정되었다. 선정된 아이템을 대상으로 현지기관(기업) 및 전문가, 해당 지역 시/군청, 마을을 직접 방문하여 아이템에 대한 기본정보, 현지수요, 가치사슬 분석(생산-유통-판매 등 시장현황), 기술사항(현재 기술적 수준, 기술개발 필요성, 해결기술), 사업화 가능성을 조사했다. 조사방법은 심층면접, 문헌분석, 현장방문조사미여 일부 아이템의 경우 실험분석을 수행했다.
구체적으로 농식품분야 선정기준은 정책성, 생산성, 시장성, 조직화로 구분했으며 해당 아이템이 라오스 내에서 적정기술을 활용하여 지속가능하게 개발될 수 있는지를 고려했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서는 라오스 정부 정책과 부합해야함으로 1차로 선정된 아이템과 관련된 정부정책이 있는지를 살펴봤다. 그리고 원물의 생산규모와 안정적인 수급 가능여부 등을 통해 생산성을 파악하고 또한 해당 아이템의 국내외 시장규모를 대략적으로 파악해 아이템 개발 시 판매가능한 시장을 예상했으며 당시 어떤 시스템으로 생산되는지를 분석함으로써 향후 추가적인 전후방산업 연계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재생에너지 선정기준은 농식품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확인한 후 해당 에너지 기술 개발이 라오스 내에서 풍부하게 활용될 수 있는지와 경제적으로 활용가능한 상황인지를 파악했다. 더불어 라오스 현지인에 의해 지속적으로 운용이 가능해야 함으로 해당 에너지 아이템이 기술적으로 적합한지를 파악하고, 현재 해당 에너지 관련 조직화 수준이 향후 추가적인 전후방 연계 가능성에 대해 예상하여 선정했다.
위 과정을 통해 농식품분야는 라오스 북부지역의 특산물인 카이(River weed의 일종), 영양성분이 풍부한 특용작물로 가공기술 개발 시 고부가가치가 실현 가능한 사차인치(Sacha inch), 모링가(Moringa), 흑생강(Black ginger), 그리고 에너지분야는 재생에너지로서 국가전력 공급망이 미치지 않는 농촌 산간지역에 전략을 공급할 수 있는 대안으로 피코수력(Pico-hydro Power)·태양광, 현지에서 쉽게 자원을 조달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통한 바이오매스(Biomass) 기술이 선정되었다. 이러한 적정기술 개발 우선순위와 함께 현지조사를 통해 적정기술 개발 성과를 적용할 수 있는 시범마을 리스트도 확보하여 기술개발 사전준비를 완료했다.
2. 적정기술 개발: 농식품 분야
농식품분야 적정기술 개발성과는 카이펜 생산을 위해 마을기업에 적용된 기술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카이펜 가공을 위한 요소기술은 공정별로 필요한 농식품 세척기술, 수처리 기술, 살균기술로 구분할 수 있다. 농식품 1순위 아이템으로 선정된 카이펜의 원재료인 카이(Kai)는 메콩강 지류 얕은 물이 흐르는 돌, 진흙 및 모래에서 일반적으로 서식하는 민물조류이다. 현지에서 카이펜 최종상품의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적 기준은 돌, 모래, 나뭇가지 등 이물질 제거여부이다. 카이는 서로 엉켜서 이물질을 머금고 있기 때문에 이를 세척하는 기술은 카이펜 고품질화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었다. 또한 전체 작업공정에서 카이 세척기술이 가장 노동력과 시간이 소요되는 현실이었다. 이러한 현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공기방울을 이용한 조류 세척기술’을 개발했다. 이 세척기술은 링블로워(Ring blower)의 작동으로 2마력으로 유입되는 공기를 공기압 이송로를 통해 200L 세척조에 전달하여 5개의 노즐이 강한 공기방울을 분사한다. 이 공기방울로 인해 세척조 내에 저장되어 있는 물이 상승-하강으로 회류하는 회전물살이 발생한다. 회전물살은 세척조에 투입되는 조류를 세척하고 조류 저장바구니에 축적되도록 하여 조류 표면 및 점액질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 불순물과 이물질을 조류로부터 분리시켜 세척조 내의 바닥면 가장자리에 형성된 이물질 집진부에 집접되어 정결하고 위생적인 조류를 획득할 수 있게 된다. 이 장치는 라오스 현지인들도 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제작부품의 90% 이상을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다. 세척속도는 60 kg/h이며 현지 검증결과 모래제거율은 95% 이상으로 확인되었다. 기술개발 효과는 작업시간 단축, 이물질 제거로 인한 고품질의 원재료 확보 가능, 현지인과 전 제작과정을 함께함으로써 사후관리의 용이성 등이다.
카이펜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주변 강물을 세척수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생적 카이펜 제조공정을 위해서는 안전한 식품 수처리용 기술개발이 요구되었다. 수처리 기술은 식품 수처리용 UV 살균장치와 CFM 처리시스템에 기반한 수처리 타입으로 개발되었다. 식품 수처리용 UV 살균장치 역시 거의 모든 부품이 현지조달 가능하다. 특히 설계를 단순화하여 현지인들도 쉽게 제작 및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에서 판매하고 있는 기존 상용품 대비 약 1/10 가격으로 경제성을 확보했으며 1기에 40W UV 램프 1개가 사용된다. 살균 수처리 속도는 100L/1분으로 일일 마을기업 작업장의 생산량에 최적화되었다. 대부분 마을이 상수도가 없기 때문에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시냇물을 끌어와 물탱크에 저장 후 사용하긴 하지만 상당수의 탁질이 물에 잔존하여 식품 세척용으로는 부적합했다. CFM 처리 시스템은 개도국에서 비교적 많이 사용하는 모래여과 시스템에 비해 효과가 우수하며, 개도국 현지 조건을 감안한 적정성 평가에서도 패키지형 정수처리기술(막여과) 보다 양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FM 처리시스템 구축을 통해 미세부유물 및 탁질을 거의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원료 세척수의 수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기술개발 효과는 제품원료를 위생적으로 세척하여 세균번식을 차단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식품가공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식품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마지막은 식품용 UV 살균장치를 개발하여 작업공정에 투입했다. 카이펜의 기존 작업공정은 최종적으로 건조된 카이펜에 대한 위생처리가 전무했다. 따라서 최종포장 전 건조된 카이펜을 위생적으로 처리하여 고품질화할 수 있는 기술개발 수요가 있었다. 이 장치는 카이펜 전용 살균장치로서 단순한 설계로 제작 및 취급이 용이하며 부품조달의 현지화 매우 높다. 장치는 박스형과 슬라이드 서랍형 2종류로 개발되었으며 장치 1대당 20W UVC 램프 6개가 장착된다. 1일 카이펜 1000장 이상을 살균할 수 있는 성능(12장/1분, 1일 생산량 1000/약 1.5시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개발로 인해 최종상품의 세균번식을 차단하여 제품의 유효(유통)기간을 늘릴 수 있으며, 위생적인 작업공정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는 시장경쟁력 확보와 판매량 확대로 이어져 기술개발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
3. 적정기술 개발: 재생에너지
재생에너지 적정기술 개발은 크게 피코수력기(PHG: Pico Hydro Generator) 및 피코-솔라 하이브리드 시스템(PSHS: Pico-Solar Hybrid System) 기술을 중심으로 수행되었다. PHG는 현지 메콩강 지류의 지형조건을 최대한 반영하여, 저낙차형, 중낙차형, 무낙차형 3가지 타입의 시제품(prototype)이 개발되었다. 또한 재생에너지 성과가 활용될 지역 대부분은 산간 벽지마을로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 따라서 전력생산 및 기본적인 이상유무를 원격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술도 추가 개발했다. 개발주체는 사업주관 기관인 LKSTC, 수파노봉대 공대를 비롯한 현지기관들이 공동으로 참여했으며 국내외 전문기관의 수시 컨설팅도 이루어졌다.
PHG 유형별 기술개발 배경 및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저낙차형(Low head) PHG이다. 라오스는 메콩강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지류들이 많기 때문에 피코수력 발전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라오스에 시판되는 PHG는 중국, 베트남 등 인근 국가에서 수입된 제품으로 내구성이 매우 약할뿐만 아니라 적정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해 효율성이 낮은 상태였다. 저낙차형은 최소한 1m의 낙차만 있어도 설치가 가능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타입이다.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모터와 인펠라(impeller)를 사용하여 제작하였으며 동력전달장치(Jaw coupling)는 커플링에 의해 축 저항을 감소시켜 출력이 높아지게 설계되었다. 특히 베어링은 탄소복합소재로 내구성이 매우 강하다. 319 rpm에 68.4Vdc를 생산하며 정격전압은 300W로 현지 마을에 직접 설치하여 성능을 검증하였다.
표면수류형(Surface flow)은 메콩강 지류의 대부분이 비교적 완만한 환경적 조건을 감안하여 개발한 것이다. 일부 지류에서는 저낙차형을 사용하기 위해 임의적인 낙차구간을 조성해야만 한다. 그러나 표면수류형 PHG는 물의 낙차가 없는 반면 유량이 많거나 유속이 빠른 지류에서 사용가능하도록 제작되었다. 라오스에서 많이 사용되는 저낙차형은 우기 시 유실위험이 있어 사용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표면수류형은 우기 시에도 유실 위험이 없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전력생산에 더 양호한 조건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초기 성능테스트 시 1 m/s의 유속에서 64W의 출력을 얻었으나 추가 개발을 통해 200W까지 근접하였다. 표면수류형은 해외 협력기관인 미국 마이애미대(University of Miami) 공대, LKSTC와 수파노봉대 공대교수 및 학생들이 공동으로 개발한 성과이다. 마지막 유형은 일 체형 다중노즐을 가진 중낙차형이다. 이 유형은 낙차가 15-30m 내외 산악지형에 적합한 PHG이다. 일부 부품을 제외하고는 현지에서 구입할 수 있는 소재들을 사용했으며, 해외 수입품의 경우 1.5 kW 출력기준 2,500달러 내외인 반면 현지에서 개발한 중낙차형 Turgo 타입의 PHG는 원가가 940 달러 정도로 경제성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낙차 15m, 25 LPs 수량 기준 940W 전력생산이 가능한 시제품이다.
라오스는 건기와 우기가 구분되는 기후적 특성으로 우기에는 수량이 풍부하여 피코수력 발전에 유리한 조건이지만, 건기에는 수량이 적은 대신 일조량이 많아 태양광 발전에 적합한 기후조건을 보인다. 이러한 기후적 특성을 반영하여 개발한 기술이 PSHS이다. 태양광 발전설비 5 kW와 Turgo 타입 2 kW PHG를 결합하여 하루 평균 태양광 25 kW, 피코수력 21 kW 등 하루 최대 약 46 kW 전기생산이 가능하다. 또한 최대 76.8 kW 전력 저장이 가능한 축전설비를 구축하여 한 마을이 24시간 전력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PSHS는 태양광과 피코수력 발전이 갖는 기후조건 의존성을 낮춰 1년 내내 안정적인 전력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라오스 내 설치된 재생에너지 설비의 대부분은 산악 오지마을에 위치하여 관리의 어려움이 많았다. 즉 한번 고장나면 그대로 방치되고, 특히 우기철에서 마을이 사실상 고립되어 정상가동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고 결국에서 설비가 폐기되는 사례가 빈발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간편하고 효율성 있는 에너지 원격모니터링 기술이 필요했다. 이 시스템은 스마트폰(Android), 근거리 무선망을 활용한 전압·전류 센서, 조도 및 온도센서, SMS Gateway, Thingspeak APP로 구성된다. 허브 역할을 하는 스마트폰은 근거리 무선망을 활용해 태양광 및 피코수력 발전, 마을 송전선에 연결된 전압·전류 센서의 자료(수집데이터: 조도, 습도, 온도, 전압, 암페어, 사용기간, 발전량 등)를 수집한다. 수집된 자료는 Edge 데이터망으로 Thingspeak 서버에 업로드되어 서버에 접속하는 누구나 전력생산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Edge 데이터망이 불완전할 경우를 대비하여 매 30분마다 수집된 자료를 2G망을 활용하여 SMS를 보내기 때문에 LKSTC는 SMS를 통해서도 발전현황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적정기술 사업화
1. 카이펜 마을기업 창업
카이펜 마을기업이 위치한 남박시(Nambak district)는 루앙프라방주 12개 시·군중 두 번째로 큰 지역이며 루앙프라방시에서 북쪽으로 87 km 떨어진 곳이다. 총 인구는 69,623명이며 12,282가구, 81개 마을에 10개 마을발전그룹(Village development group)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 카이펜 마을기업이 설립된 봄마을(Ban Bom)에서 제2 마을기업이 위치한 리마을(Ban Lee)까지의 거리는 약 8km이다. 두 마을 다 박강(Bak river)을 끼고 이으며 주변에 오염원이 거의 없는 비교적 청정지역이다. 봄마을은 루앙프라방 주내 카이펜 최대 생산지이며 전체 349가구 중 250가구(전체 가구의 71.6%)가 전통적 방식으로 카이팬을 생산하고 있었다. 전체 인구 수는 1,740명(여성 849명)으로 종족 구성은 라오족 1,415명(81.3%), 카무족 312명(17.9%), 몽족 13명(0.8%)이며 주 소득원은 카이팬 생산을 비롯한 율뮤, 오렌지 재배 등이다. 가구당 연간 수입은 30,000,000kip(약 USD3,660)에 불과하며 이중 약 30%가 카이팬 판매를 통해 얻은 수입이다. 리마을은 121가구중 50가구(41.3%)가 카이팬을 생산하고 있었으며 전체 인구수는 604명, 종족구성은 라오족 421명(69.7%), 카무족이 183명(30.3%)이다. 주 소득원은 봄마을과 거의 유사하며 박강을 중심으로 개별 가구들이 위치해 있다.
카이팬 마을기업 선정절차는 가치사슬 분석 및 사업타당성 조사를 위한 사업아이템 선정 기초조사, 마을기본 현황, 생산공정 및 시장조사가 이루어진 마을 현장조사, 마을 대표자와 주민들의 사업추진 의지 확인 및 사업설명을 시행한 시범예정마을 정밀조사 이후 마지막으로 LKSTC와 마을 기업 설립을 위한 MoU 체결하여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되었다. 현지 공식프로젝트 명은 ‘루앙프라방주 남박시 카이팬 고부가가치화 및 커뮤니티 비즈니스’사업이다. 마을기업 설립 목표는 농식품 적정기술을 활용한 카이팬 고부가가치화, 지속가능한 카이팬 마을기업 창업을 통한 주민들의 소득증대 및 삶의 질 향상, 농촌마을의 고용창출을 통한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 및 역량강화, 식품안전성이 보장되는 고품질의 카이팬 생산을 통한 시장확대 등이다.
투입 적정기술은 앞서 살펴본 농식품 세척기술, 수처리기술, 살균기술이다. 마을기업 조직체계는 사업초기 마을이장을 포함한 이해당사자(기관)이 참여하여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기업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심의·결정하도록 하였고, 작업조직은 5개의 생산소그룹으로 조직되었으며 요일별로 순환작업을 실시했다. 시범생산 시에는 공동작업을 기본 원칙으로 하였으나 생산소그룹에 포함되지 않은 마을주민들도 필요시 단위공정(적정기술 설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사업 수혜자를 확대해 나갔다. 시범운영 기간이 종료되고 본격적인 기업운영이 시작되면서부터는 주민주도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LKSTC와 행정조직 관계자들은 운영위원회 위원이 아니라 ‘지원자’로 역할로 제한했다. 작업공정의 재설계는 전통적인 작업내용을 가급적 수용하면서 적정기술을 세부 공정별로 투입하여 식품안전성을 높이는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마을주민들은 작업공정 설계부터 직접 참여하여 투입 적정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으며 시범생산을 시작하면서 기존 개별 가구별 생산체제에서 마을기업 작업장 내에서 협업생산체제로 전환을 완료했다.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판매과정에도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라오스 및 주변국 식품관련 정부관계자, 기업, 바이어들이 참여하는 라오스 최대 식품박람회(Lao Food Festival)에 성공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마을기업은 시범생산이 시작된 이후 사업기간 내 3년 연속 참가하여 준비한 모든 제품을 판매완료 했을 뿐만 아니라 시장위치 가격전략 및 시장위치 선정(positioning)을 위한 기회를 가졌다. 특히 현지 신문과 방송에 카이팬 마을기업이 우수사례로 대대적으로 보도되어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이기 계기가 되었다. 또한 마을기업 자체를 브랜드화하여 높은 홍보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카이팬 마을기업 운영모델은 Figure 1과 같이 기획되었다. 사업기간 동안 LKSTC와 협력 대학은 카이팬 마을기업 창업을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으며, 마을기업에 적정기술 연구개발 성과와 경영컨설팅을 제공했다. 사업종료 이후에는 협력대학이 LKSTC를 직접 운영하도록 모든 사업내용을 계획 및 실행했다. 마을기업을 통한 수익창출은 다시 LKSTC에 R&D 및 관리기금을 제공하는 한편 마을에는 전체 주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발전기금을 출연하여 마을환경, 교육, 보건개선 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규칙을 제정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기관은 제도적·행정적 지원을 하며 지역수준의 SEDP 달성을 이루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LKSTC는 시범마을의 성공적 운영을 통해 마을기업 모델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이들 마을기업 간에는 소위 ‘적정기술 마을기업’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공동 유통-판매 등 집단적 시장역량을 강화하게 되는 프로세스이다.
2. 학교기업 창업
현지 협력대학인 수파노봉대는 라오스 북부지역의 거점 국립대학으로 2003년 개교 이후 2007년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으로 신캠퍼스를 건립했다. 농업산림대, 공과대학 등 6개 단과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EDCF 지원 이후 사업추진 당시 40여명이 교수들이 한국 대학에서 유학 및 연수경험이 있을 정도로 한국과의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수파노봉대 발전전략(2011-2015)’에 따르면(Souphanouvong University, 2011), 농업바이오센터, 과학연구센터, 창업센터 설립 등이 계획되어 LKSTC 사업과 연계성이 매우 높았고 그에 따라 계획수립-실행-모니터링-평가 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학교기업은 농식품 적정기술 활용한 농대기업(BICE: Business Incubation Center for Education), 재생에너지 적정기술을 활용한 공대기업(RERASC: Renewable Energy Research and Academic Service Center)이 예비창업 되었다. 학교기업의 핵심전략은 라오스에서는 생소한 대학중심의 ‘교육-사업화 연계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LKSTC와 수파노봉대 학생 및 교수진이 공동으로 적정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실행하여, 이 과정에서 습득한 기술, 지식 및 성과가 교육으로, 교육의 성과가 다시 기술개발과 사업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시스템 만들고자 했다. 교수와 학생이 학교기업 활동을 토대로 새로운 창업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농대기업은 대학의 집중육성학과인 식품과학기술학과를 주관학과로 하여 예비 창업되었다. 설립목적은 농식품 가공적정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통해 성공적인 교육-사업화 연계모델을 달성하는 것이다. 농대기업에는 농대학장을 CEO로 하고 총 5명의 학과 교수 및 관련 학과 학생들이 참여했다. 현지 정부기관의 지원을 위해 루앙프라방주 농업산림국, 상공국, 공공보건국 관계자들이 자문위원으로 위촉되었으며 루앙프라방 시 농업기술센터가 협력기관으로 결합했다. 농대기업 내 구매, 재정·회계, 안전 및 위생, 생산담당 책임교수들이 선임되어 활동했고, LKSTC 지원 기술개발지원 사업에 교수와 학생들이 창업팀을 만들어 응모 후 선정된 팀을 중심으로 기술개발과 소규모 사업화 모델을 추진해 나갔다. 대학 측에서는 농대기업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대학 내 농가공 실험실습 및 생산동, 가공실을 지원했으며. LKSTC는 농가공 기술개발을 위한 각종 실험 및 생산장비를 제공했다.
농대기업의 농가공 기술개발은 정규과목과 연계하여 이루어졌다. 사업기간 동안 LKSTC의 기술이전 및 교육, 현지 교수-학생팀의 자체 기술개발 결과 지역 특용작물 및 과실류 가공 16개 제품이 개발되었다. 기술개발 성과제품들은 특용작물 활용 가공(건조) 제품(흑생강, 사차인치, 칼라만시), 과실 잼 제품, 특용작물(사차인치) 오일추출 제품, 특용작물(흑생강) 농축-추출물 제품 등으로 사업초기 선정한 사업아이템이 상당수 포함되었고, 일부는 교수-학생창업팀이 새로운 아이템을 제안하여 기술개발 성과를 이루었다. 농대기업에서 시범생산한 모든 제품은 카이팬 마을기업과 함께 라오식품박람회에 참여하여 성공적으로 시범판매 및 시장검증을 마쳤다. 농대기업은 새로운 현지 농가공 가치사슬 구축에도 노력했다. 지역 농민들이 재배한 특용작물에 대한 엄격한 품질관리 기준을 제시하는 대신 ‘적정’수매가를 보장하여 양질의 재료를 공급받음과 동시에 마을주민들의 소득 증대에서 기여했다. 또한 자체 수익창출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수익금의 일부는 교육환경 개선 및 추가 기술개발비, 일부는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활용한다는 내부 규정을 만들기도 했다.
공대기업은 전기공학과를 주관학과로 4명의 교수(CEO: 공대학장)가 참여하여 예비 창업되었다. 루앙프라방주 에너지광산국 관계자들이 자문위원으로 위촉되었으며 기업 내에는 태양광기술부, 피코수력기술부, 재정부를 두었다. 농대와 마찬가지로 공대 역시 정규교과목 이외에 LKSTC 지원 기술개발지원사업을 통해 교수-학생팀이 재생에너지 관련 기술개발을 추진했다. 대학 내에 피코수력 성능시험 장치(PHS: Pico Hydro Simulator)를 비롯하여 태양광 발전설비, 이 두가지 발전설비를 연동한 PSHS 기술개발을 위한 각종 설비들이 갖추어 졌다. PHS는 현지 시판중인 PHG(중국·베트남 산) 성능평가·시험에 활용되었으며, 수집된 데이터들은 LKSTC의 고성능 PHG 개발의 기술적 토대가 되었다. 또한 전기공학과의 정규교과목 실험·실습장비로도 활용되어 재생에너지 전문인력 양성에도 기여했다.
공대기업이 주도적으로 수행한 재생에너지 자립마을 구축 시범사업은 사업기간 동안 기발된 에너지분야 적정기술을 집약하여 마을단위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한 의미있는 사례이다. 재생에너지 자립마을은 루앙프라방 주 폰싸이시 탓통마을로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약 22 km 떨어져 있는 곳이다. 총 92가구 502명의 주민이 거주 중이었고 국가단위의 송전계획조차 없는 고립된 마을이다. 마을에서 약 500m 윗쪽에 18m의 폭포가 존재하여 중낙차형 피코수력 발전에 적합한 곳으로 평가되었다. 적용된 시스템 사양은 태양광 발전 설비 5 kW, Turgo PHG 2 kW와 함께 IoT 기반 재생에너지 원격관리시스템 기술이 적용되어 502명 마을주민들이 안정적인 전력사용을 가능하게 했다. 이 시스템은 라오스 최초로 시도된 기후적 조건에 영향을 받지 않고 연중 전력생산이 가능한 하이브리드형 기술이다. 마을주민들은 전기공급으로 인해 TV 시청, 라디오 청취 등 상시적인 정보획득 및 문화생활이 가능해졌고, 전기가 필요한 각종 생산장비 및 도구를 활용할 수 있게 되어 경제활동의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 했다.
공대기업은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다양한 수익창출방식을 모색할 수 있다. 우선, 라오스에는 세계 각국(정부 해외원조기관, INGOs 등)에서 재생에너지 관련 국제개발협력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재생에너지 자립마을 시범사업을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아, 향후 현지 사업실행 기관으로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 다음으로, 라오스 북부지역에서 운용중인 태양광, 피코수력 설비 관련 유지·보수 사업을 담당한다면 이 역시 지속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업기간 중에도 한국 KOICA가 라오스 북부지역 보건소에 2017년에 설치한 태양광 설비가 작동되지 않아 공대기업에 유지·보수 컨설팅을 의뢰해 왔다. 한국업체가 설치했으나 사실상 유지·보수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향후 현지 기관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한다면 라오스 북부지역의 재생에너지 핵심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즉 태양광, 피코수력, PSHS, IoT 기반 재생에너지 원격모니터링 기술을 기반으로 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기술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3. 사회적 기업 창업: 아롬디(Aromdee)
사업기간 중 마지막으로 창업된 사회적 기업은 카이펜 마을기업과 수파노봉대 농대 학교기업의 생산품의 유통·판매를 전문적으로 담당할 ‘아롬디’이다. 아롬디는 LKSTC가 추진해 왔던 적정기술 사업화 모델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설립되었다. 즉 유통·판매 역할에 더하여 사회적 기업을 통한 수익창출로 참여주체들에 대한 지원을 계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적정기술 사업화 성과도 홍보할 수 있다. 또한 라오스 내 다양한 INGO들의 정보와 지식공유를 위한 플렛폼 역할도 가능하다. 라오스어로 ‘기분 좋은’을 나타내는 형용사인 아롬디는 LKSTC 적정기술 사업화를 위한 통합브랜드 명칭이다. 이와 같은 브랜드화를 통해 마을기업 및 농대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들의 현지 인지도를 강화하고 소비를 촉진시켜 창업기업들의 지속가능한 운영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 특히 현지 대학내 설립된 LKSTC가 제품의 품질을 보증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간 신뢰구축에도 기여한다.
Figure 2는 적정기술 활용 지역개발 모델을 나타낸 것이다. 카이팬 마을기업과 농대기업은 시내에 위치한 아롬디 매장을 통해 생산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아롬디가 지역내 우수한 제품들을 발굴하여 적정가격에 판매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은 사회적 기업의 의미를 인지하여 사회적 ‘책임소비’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아롬디가 안정화단계에 접어들면, 수익배분구조는 카이팬 마을기업 확산 기금 15%, 수파노봉대 기술개발 및 창업기금(사업종료 후 LKSTC 운영기금 포함) 25%, 빈곤마을(특히 소수민족, 아동, 여성) 개발을 위한 아롬디 기금조성 20%, 아롬디에 재투자 40% 수준으로 계획되어 있다. 이를 통해 아롬디를 매개로 창업기업, 지역생산자 및 소비자, 지역공동체가 적정기술 활용 지역개발 모델 구현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아롬디는 LKSTC와 함께 라오스 북부지 마을에 농식품 적정기술을 전파하는 거점역할을 할 수 있다. 특용작물 가공기술 개발을 위한 다양한 현지 정보를 DB화하여 농식품 가공기술이 절실히 필요한 마을과 LKSTC를 연결하는 가교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소비시장이 큰 수도 비엔티안(Vientiane)을 비롯하여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에까지 수출할 기회도 적극적으로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대효과 및 시사점
LKSTC 사업은 수익창출형 적정기술 개발을 현지 대학교육 및 지역개발전략과 연계하여 시장주도적 접근을 통한 빈곤감소 및 소득증대를 달성하고자 했다. 사업기간 동안 마을기업 2개, 학교기업 2개(예비창업), 사회적 기업 1개를 창업하였고, 향후 운영과정에서 이들 창업기업들간 상호연계성을 강화하여 현지 사회문제 해결역량과 시장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했다. 창업기업들은 현지에서 적정기술의 확산자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특히 카이팬 세척기술은 현지에서 효과성이 입증되어 사업대상 지역 이외의 지방정부(우돔싸이 주 라시)로부터 기술지원을 요청을 받아 시범 보급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또한 다수의 적정기술 개발 전문인력 양성 및 현지역량을 강화하였다. 현지 수요를 반영한 모든 적정기술 개발 및 사업화 과정은 현지 주체들의 주도로 실행되었다. 대학중심의 적정기술 교육-사업화 연계모델이 성공적으로 구현되고, 현지 참여자들이 계획수립-실행-모니터링-평가 과정을 능동적으로 실행함으로서 적정기술 사업화 역량을 극대화하였다. 마지막으로 수원국 국가정책의 실행을 지원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현지 수행과정에서 현지 정부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했던 이유는 국가수준에서 시행되는 NSEDP, 지역단위의 SEDP와 추진사업 간 정책 부합성과 연계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향후 적정기술 사업화 모델은 시·군단위 SEDP 계획수립 시 지역발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LKSTC 사업추진을 통한 정책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제개발협력의 효과적 수단으로서 적정기술 사업화는 수원국 정부의 정책과 실질적인 연계성이 높아야 한다. 이는 국제개발협력의 기본원칙이기도 하지만, 현지 사업기획 및 수행과정에서는 형식화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지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세밀한 현지 정책수요 조사와 사업설계가 필수적이다. 둘째, 적정기술 사업화는 시장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시장 리스크를 동반하게 된다. 비즈니스의 특성상 리스크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장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개발이 전제가 되어야 하고, 이에 더하여 현지 창업네트워크를 적절하게 구축해야 한다. LKSTC가 기술창업 플랫폼의 역할을 통해 마을기업, 학교 기업, 사회적 기업을 동시에 설립한 이유도 개별기업 창업보다는 상호 연계된 기술창업 네트워크 구축이 현지 시장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셋째, 적정기술 사업화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중장기적 노력이 필요하다. 적정기술 사업화의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는 지속가능성이다. 현지에 설립된 센터, 현지인 주도로 운영되는 창업기업들과의 지속적인 인적·물적·기술적 교류를 통해 창업기업들이 현지에 안착화될 수 있도록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적정기술의 현지 진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특히 COVID-19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업성과가 유실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COVID-19 팬데믹 이후 복원력(resiliency)을 높일 수 있는 적극적인 구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Notes
본 논문의 적정기술 개발, 사업화 내용은 라오스-한국 적정과학기술거점센터 <연차실적계획서> 및 <단계실적계획서> 자료를 참조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