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적정기술 관련 연구기관 개요 및 주요 활동 소개
Overview of Appropriate Technology Research Organizations in F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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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 논문은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5개의 적정기술 연구 및 보급 기관들을 소개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들 중에서 역사가 오래되어 경험이 많이 쌓인 5개의 기관들을 중심으로 조사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개발연구원(Institut de Recherche pour le Développement, IRD)은 정부출연기관으로 개발도상국 과학공동체 지원과 교육을 목표로 아프리카와 해외령에 과학기술 기반 시설을 강화하고, 더 다양한 개발도상국들과 협력 연구를 진행하는 기관이다. 안테나 프랑스(Antenna France)는 NGO단체로써 아프리카지역의 영양 불량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국경없는 엔지니어(Ingénieurs sans frontiers)는 엔지니어들이 주축을 이루는 NGO 단체로써 지속가능한 개발을 협회 활동의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교육 등 여러가지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땅과 인본주의(Terre & Humanisme)는 생태 농업을 실천하는 NGO 단체로, 생태농업을 생명을 존중하고 땅을 치료하는 사회 변화적 운동, 하나의 대안 사회를 구성하는 운동을 수행하고 있다. 인도주의 디자인 사무소(Humanitarian Design Bureau)는 주식회사 개념의 회사로 NGO 활동에 필요한 제품이나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연구, 개발하는 활동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Trans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paper is to introduce representative appropriate technology research organizations operating in France. Among them, we would like to investigate and introduce five institutions that have acquired a lot of experience due to their long history. Institut de Recherche pour le Développement (IRD) is a government-funded institution that strengthens science and technology infrastructure in Africa and overseas territories with the aim of supporting and educating science communities in developing countries, and conducts collaborative research with more diverse developing countries. Antenna France is an NGO organization whose main activity is to improve malnutrition in Africa. Ingénieurs sans frontiers is an NGO organization that sets sustainable development as the main goal of the association's activities and leads various activities such as education. Terre & Humanism is an NGO organization that practices ecological agriculture and carries out a social change movement urging to respect life and land, and to constitute an alternative society. Humanitarian Design Bureau is a corporation concept company that mainly carries out R&D for environmentally friendly products necessary for NGO activities.
Introduction
전세계 경제발전과 부의 창출은 산업의 혁신을 이끌어가고 있는 몇몇 나라에 집중되어 왔으며, 오늘날,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의 소득격차(또는 남북격차)는 점점 더 위험한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다. 한편,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경제성장의 결과가 저임금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오지 않았기에, 가난한 나라 대다수의 국민들은 여전히 빈민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화가 가속되어 가는 현 시점에서, 첨단기술을 향유하는 부유한 경제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간의 수십년에 걸친 불평등은 이제 전세계 평화와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가장 심각한 위협 중의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최근 발간된 “혁신과 동반성장” 보고서에서 OECD는 동반성장을 개발도상국 정부들이 추진해야 할 중요한 키워드로 제시하였다. 또한 국제기구들 및 각국의 정부들은 저개발 공동체들의 공평한 동반성장을 위하여 이들 공동체 발전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들을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작은 규모의 공동체들을 위한 대안기술로서만 인식되어 왔던 적정기술은 이러한 이유로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다.
유럽 특히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적정기술의 개발 및 보급에 신경을 많이 써왔던 지역이기에, 작은 협회에서부터 국제적 규모의 큰 단체까지 많은 기관들이 존재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프랑스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적정기술 연구 및 보급 기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들 중에서 역사가 오래되어 경험이 많이 쌓인 5개의 기관들을 중심으로 조사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1) 정부기관: Institut de Recherche pour le Développement
(2) NGO 단체: Antenna France, Ingénieurs sans frontiers, Terre & Humanisme
(3) 주식회사 : Humanitarian Design Bureau
Institut de Recherche pour le Développement (개발연구원)
1. 개요
프랑스 개발연구원의 역사는 1937년부터 시작한다. 당시 레옹 블룸(Léon Blum) 정부가 식민지 과학 연구를 촉진하기 위해서 프랑스 해외령 과학 연구 자문 위원회(Comité consultatif des recherches scientifiques de la France d’outremer)를 설립한 것이다. 이 기관은 1943년 식민과학연구소(Office de la recherche scientifique coloniale)로 개명하고, 프랑스 해외령에 연구센터를 개설하고 과학자를 양성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식민지 전쟁기를 맞으면서 개발연구원은 다시 한 번 해외과학기술연구소(Orstom, Office de la recherche scientifique et technique outre-mer, Orstom)로 이름을 바꾼다.
프랑스 해외령의 과학기술을 증진한다는 조직의 목표는 동일하지만, 개발연구원이 활동하는 상황은 국제 정치경제적 상황과 매우 밀접하게 맞닿아 있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독립하면서는 열대지방 국가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와 제 3세계 국가들과 과학기술 협력을 위한 기구로 재개편했다. 이 후 대략 20여 년간 해외과학기술연구소는 아프리카와 해외령에 과학기술 기반 시설을 강화하고, 더 다양한 개발도상국들과 협력 연구를 진행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이 주도적인 개발담론으로 자리잡으면서 해외과학기술연구소는 다시한 번 변화의 시기를 맞는다. 먼저 기존의 교육부와 국무장관 산하 기관에서 연구부와 해외협력부로 주무부처가 바꿨다. 기관의 목적도 개발도상국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의 지속적인 진보를 위한 과학 기술 연구를 촉진으로 재정의되었다. 1998년에는 개발연구원(Institut de Recherche pour le Développement, IRD)으로 개명하면서 i) 공간과 환경, ii) 생명자원, iii) 사회와 건강, iv) 전문성과 활용 그리고 v) 개발도상국 과학공동체 지원과 교육 등 다섯 개 과학 부서를 조직했다.
2. 주요 활동 소개
2016년 7월 발표한 2030년 까지의 장기적 기관 전략의 내용은 열대와 지중해 지역에 대한 우선적 연구 촉진, 프랑스 과학연구를 통한 개발 효과 극대화, 국제 정치와 취약한 계층을 위한 기술혁신, 글로벌 공공 자산에 대한 접근성 강화, 끝으로 투자 자원 다양화를 통한 개발연구원의 확장과 근대화이다.
범아프리카 녹색 장벽국(Agence Panafricaine de la Grande Muraille Verte, APGMV)은 아프리카 회원국에서 기후변화의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자연 자원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 조직이다. 북아프리카 지중의 연안과 사하라 지역(African States of the Sahel)의 아프리카 11개국을 중심으로 2010년 조직되었다. 참여 국가 원수 컨퍼런스와 관련 부처 장관, 행정 조직과 전문 기술 위원회가 산하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지역의 급속한 사막화를 막는 것은 물론 환경, 기후, 개발의 상호작용을 고려하는 전체적 접근을 통해 이 지역의 빈곤과 싸우는 것도 조직의 주요 목표이다. 개발연구원 외에도 아프라카삼림포럼(Forum Forestier Africain, AFF), 사하라와 사헬지역 관측소(Observatoire du Sahara et du Sahel, OSS),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새로운 파트너쉽(New Partnership for Africa’s Development, NEPAD), 세네갈 생태계 추적 센터(Centre de suivi écologique, CSE)와 협정을 맺고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개발을 위한 국립연구센터(Centre national de recherche pour le développement)는 프랑스 개발연구원의 지역 연구소였다. 개발연구원이 아직 해외과학기술연구소(Orstom)으로 불리던 1989년 차드 해외과학기술연구소가 응용연구센터로 개명하고, 1991년 연구지원국가센터로 다시 개명했다. 이 센터는 연구와 장학금 지원, 연구인력 교육, 연구 결과 출판 등의 활동을 한다. 이 센터에서 하는 주요 연구 프로젝트로는 기후변화와 인구증가에 대비하기 위한 호수 지역 연구 미션(Projet GELT, Grands Ecosystèmes Lacustres Tchadiens), 차드 인터넷 환경 개선을 위한 서버 설치 프로젝트(Projet Booster Technologie, Datacenter), 태양광전지 실험실 개설(Projet Energie Solaire), 스피룰리나 생산 공정 개설(Projet Spiruline) 등이 있다.
차드 호수 저수조 위원회(Commission du bassin du lac Tchad, CBLT)는 차드 호수 저수조 관리를 위해 1964년 설립된 영구 국제기관으로 카메룬, 니제르, 나이지리아, 중앙 아프리카 공화국, 리비아와 차드 6개 국이 참여하고 있다. 활동 목적은 이 지역의 빈곤을 퇴치하면서 생태다양성 및 수중 자원을 보존하는 지속가능한 생태적 발전을 실현하는 것이다. 또한 각 회원국에게 깨끗한 수자원에 접근할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공공의 생물 자원 보존과 활용에 협력하도록 조율하고 있다. 주요 활동 테마는 수질 오염, 차드 호수 저수조의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 CBLT 자율적 자금조달을 위한 전략 수립, 생태 침략종 관리, 차드 호수에서의 수산활동 등 이다.
그 외에 활동 파트너로 차드 고등교육기관 컨소시엄(Consortium tchadien des établissements d’enseignement supérieur), 개발을 위한 목축 연구소(Institut de recherche en élevage pour le développement, IRED), 은자메나 대학(Université de N’Djaména) 등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마르세 이유 3대학과 같이 차드 호수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Antenna France (안테나 프랑스)
1. 개요
스위스인 드니스 폰 데 베이드(Denis von der Weid)가 1984년 창설한 안테나 인터네셔널(Antenna International) 협회의 프랑스 지부이다. 2002년 특별히 영양 불량과 싸우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으며 2016년 초 안테나 프랑스로 개명했다. 법적으로는 협회로 등록이 되어 있는데, 이는 이윤 창출하려는 목적 없이 회원들이 법인으로 행동할 수 있는 구조이다. 안테나 프랑스나 다른 적정기술 관련 기관들은 주로 공익을 추구하는 기관으로 등록된다.
2. 주요 활동 소개
안테나 프랑스의 첫 활동은 부르키나파소(Burkina Faso)에서 시작되었다. 이곳 농장에서 스피룰리나 생산되는 스피룰리나는 년 800kg으로 대략 3000명 정도의 아이들이 이 혜택을 받고 있다. 다음 해에는 2005년 마다가스카르에서도 스피룰리나 생산을 시작하였으며, 영양의 집(Maison de la Nutrition)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영양의 집은 스피룰리나를 곁들인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센터로 가정 주부들을 대상으로 영양과 위생 교육을 같이 진행한다. 이후 스피룰리나 생산은 니제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라오스, 캄보디아, 토고, 부룬디, 우간다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안테나 프랑스는 영유아 영양 불량을 퇴치할 목적으로 스피룰리나 생산을 확산하고 있다. 영양 불량은 영양소가 신체 기관의 필요와는 다른 비율로 신체에 흡수될 때 나타나며, 2013년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 일억 육천 오백만 명의 5세 미만 아이들이 영양 불량 상태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만성적 영양 불량은 성장 지연으로 이어진다. 특히 임신 이후 생후 2살까지 첫 1000일 정도의 영양 공급은 이후 아이의 발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산모가 영양 불량 상태일 경우 아기역시 영양 불량에 따른 성장에 문제를 겪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 지연 외에는 특별한 외관상 증상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의 영양 불량은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영양 불량의 가장 큰 원인은 빈곤이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세계 농업의 발전으로 현재 우리는 전 세계 인구가 먹기에 충분한 양의 음식을 생산하고 있지만, 빈곤 인구는 영양소에 대한 접근을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개선을 위해 빈곤층 여성, 특히 산모들을 교육하고 산모와 유아에게 필수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도록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
영유아의 영양 불량에 대한 안테나 프랑스의 해법은 스피룰리나라는 해초다. 스피룰리나는 먼저 영양소가 풍부하고, 지역에서 쉽게 재배할 수 있어 생산 공장을 둘러싼 일자리 창출 효과도 뛰어나다. 먼저 콩에 두 배에 달하는 단백질 함량, 8가지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하다. 영유아 건강에 중요한 리놀렌산과 항산화제, 항염증제 역할을 하는 단백질 피코시아닌도 들어있다.
스피룰리나를 처음 기록한 것은 멕시코 아즈텍 문명을 발견한 스페인인들이다. 아즈텍인들은 호수물에서 스피룰리나를 건져 옥수수와 섞어 먹었다고 한다. 다음 기록은 1964년 차드를 방문한 쟝 레오나르(Jean Léonard) 교수가 지역민들 먹는 청록색의 음식물을 발견하여 해초학자에게 연구를 의뢰한 것으로 스피룰리나가 과학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1970년대 리플리 폭스(Ripley Fox) 박사가 배우자와 함께 스피룰리나 농장을 개발도상국에 지을 것을 처음 주장하기 시작하였으며 이후 폭스 부부의 주장에 깊은 인상을 받은 안테나 테크놀로지의 창설자, 폰 데 베이드씨가 1990년대 본격적인 농장 설립을 시작하였다. 스피룰리나의 안테나 프랑스는 인도 마두라이 의대와 같이 실시한 임상 실험에 따르면 보통이나 경미한 영양 불량을 겪고 있는 0에서 5세 아동에게 3그람의 스피룰리나를 4-6주 투여하면 아동들이 다시 영양학적 균형을 되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피룰리나의 생산과 배분 : 단백질을 제공하는 다른 농산물(밀, 쌀, 옥수수 등)에 비해 스피룰리나 경작은 훨씬 더 적은 양의 물로 더 많은 양의 단백질을 생산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경작은 얕은 깊이의 저수조에서 이루어지며 일년 내내 수확이 가능하다. 1m2 경작 면적에서 생산되는 스피룰리나로 년간 20명의 영양 불량 아동을 치유할 수 있다. 스피룰리나 농장을 통해서는 두 종류의 취업 경로가 생기는데, 첫 번째는 사회적 일자리로 임산부와 산모, 아동들의 관심을 끌고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활동이다. 두 번째는 상업적 일자리로 스피룰리나 농장이 지역 시장에 경작물을 판매하여 이윤을 창출하고 농장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활동이다. 오늘날 스피룰리나는 개발도상국 뿐 아니라 산업국가에서도 다양한 상품으로 많이 소비되고 있다.
Ingénieurs sans frontiers (국경없는 엔지니어)
1. 개요
국경없는 엔지니어들의 첫 조직으로 프랑스 조직이 창설된 이후 세계적으로 45개국에서 같은 이름의 조직이 창설되었다. 프랑스 조직의 특징은 협회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원봉사자나 학생이라는 점이다. 엔지니어나 퇴직자의 비율이 20% 정도로 다른 나라 조직에 비해 상당히 적은 편이다. 1982년 당시 국제기아대책 행동(Action Internationale Contre la Faim, 현재 기아대책행동)이 이디오피아에 도수 사업에 대한 기술 자문을 토목학교에 구하면서 활동이 시작되었다. 활동을 시작한지 오년 뒤에 이미 전국적으로 18개 그룹, 1500여 명의 협회원이 등록한 성공적인 협회가 되었다. 주로 자원 봉사자로 이루어진 조직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연수 과정과 평가 체계도 도입했다. 이후 90년대 중반 조직 내부에서는 다른 비정부기관들처럼 전문가 조직으로 발전해야 할지, 아니면 학생 중심의 사회 참여적 운동 조직 성격을 유지할지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벌어졌다. 토의 끝에 협회는 대형 기술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전문화하는 쪽을 선택했다. 이 시기에는 인본주의 행동이나 개발 조직을 대상으로 한 훈련 프로그램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현재 개발관련 프랑스 비정부기관에는 국경없는 엔지니어 출신 활동가들이 많다.
2000년 대에 들어서는 전문화와 사회참여라는 두 목적을 같이 달성하기 위해 조직 구성 이후, 세 번째 협회 헌장을 등록했다. 이 헌장은 사회 정치적인 맥락을 떠난 중립적인 기술적 해법이란 하나의 허구에 지나지 않음을 명시하고, 개발은 사회, 정치, 경제적인 모든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프랑스 철학자 쟈크 엘룰(Jacques Ellul)과 과학기술학(Sciences and Technology Studies)의 최근 연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개발을 협회 활동의 주요 목표로 설정했다. 이러한 고찰에 기반해 사회적 책임을 지는 엔지니어를 지칭하기 위한 ‘시민 엔지니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다르게 말하면 엔지니어도 자신의 직업이 가지는 윤리적 함의를 인지하고 그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엔지니어가 지속가능한 개발에 참여하고 불평등을 감소하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윤리적 지침을 결정한 것이다. 이후 국경없는 엔지니어는 ‘시민 엔지니어, 회사 안에서 연대는 가능한가?’라는 제목으로 세미나를 열기도 하고, 연구자와 전문가의 기술 윤리에 대한 토론도 진행했다. 이러한 국경없는 엔지니어의 변화 과정은 개발과 진보라는 개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잘 반영한다. 비정부기관과 협회들의 전문화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거리를 유지하는데, 이는 종종 가치 중립적인 기술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인 약자의 위치에 처한 사람들이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이다.
2. 주요 활동 소개
국경없는 엔지니어의 주요 활동 분야는 식수와 정화 시스템, 농업 개발과 영양 주권, 에너지 접근성과 에너지 절약, 채굴 산업, 시민 엔지니어 양성 등의 다섯 분야이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을 몇 가지 살펴보자. 먼저 그르노블(Grenoble) 국경없는 엔지니어 그룹은 토고의 체비에(Tsévié)라는 도시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실시하려는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먼저 지역 주민들에게 쓰레기 분리수거의 장점과 퇴비 생산 등을 설명하여 사업의 필요성을 설득한다. 두 번째 단계로 쓰레기 분리수거를 실시하고, 끝으로 경제적인 실행가능성을 계산하여 분리수거 센터가 계속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다. 꽁피에느(Compiègne) 국경없는 엔지니어 그룹은 캄보디아의 한 고아원에 태양광열판을 설치할 수 있을지 실행가능성을 연구한다. 이 연구는 다른 비정부기관인 국경없는 전기기사와 같이 진행하고 있다.
다른 적정기술 단체와 관련되는 프랑스 국경없는 엔지니어의 독특한 활동 분야는 채광 산업과 시민 엔지니어 교육에 대한 부분이다. 먼저 채광 산업에 대한 협회의 활동은 기업들이 노동자와 환경을 더 존중하도록 감시, 촉구하는 시민단체 활동에 가깝다. 이 분야의 활동 목표는 시민사회가 채광 산업의 특성을 더 잘 이해하도록 정보를 유통시키는 것, 현재의 자연 광물 소비 모델이 가지는 한계를 지적하고이 모델이 환경과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알리는 것, 채광 시스템에 관여하는 행위자들, 경영자, 지역 주민, 시민사회, 소비자와 공공 기관 사이에 더 투명한 대화를 유도하는 것, 끝으로 채광 분야에서 더욱 인간과 환경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혁신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활동으로 국경없는 엔지니아 회원들이 루마니아 서부 아푸세니(Apuseni) 산맥을 방문했다. 금, 은, 동과 석탄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어서 유럽의 엘도라도라고 불리기도 하는 지역이지만, 지역 환경은 광산업으로 심하게 오염되었다. 석탄 채광 중단 이후에 지역 실업률이 증가하고 주민들의 생계가 훨씬 불안정해졌다. 금광 채굴의 경우 지역 정부가 넓은 지역에 대한 채굴권을 회사에 팔아, 4284헥타르(4천 2백 84만 m2)에 달하는 생활 영역이 영향을 받게 되었다.
끝으로 시민 엔지니어 교육 영역에서는 에너지와 환경 관련 주제를 엔지니어 교육 과정에서 더 체계적으로 다루도록 활동하는 ‘교육 변혁 프로젝트’와 엔지니어들이 과학기술과 사회의 접점에서 더 책임감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활동하도록 교육하는 ‘시민 엔지니어 프로그램’이 있다. 시민 엔지니어 프로그램은 일드프랑스(Ile-de-France)지방 지원으로 사회과학 연구소인 모리스 알박스(Maurice Halbwachs) 센터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인간진보를 위한 샤를 레오폴 메이어 재단(Fondation Charles Léopold Mayer pour le Progès de l’Homme, FPH)에서는 회사 간부의 책임성 강화 프로그램(Initiative pour la responsabilité des cadres, IRESCA)를 지원한다. 프랑스에서 엔지니어는 대부분 회사의 간부급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엔지니어 윤리 교육은 사기업의 기업 전략과도 직결된다.
Terre & Humanisme (땅과 인본주의)
1. 개요
한국에도 잘 알려진 유기농 농업가이자 저술인인 피에르 라비가 창설한 협회이다. 피에르 라비는 1938년 알제리에서 태어나 1960년 프랑스 아르데쉬(Ardèche) 지방에 자리잡았다. 아르데쉬 지방은 프랑스에서 대안 농업과 공동체 운동으로 지금까지도 유명한 지역이다. 여기서 피에르 라비는 생산량 중심의 농업 발전에 반대하고, 환경 친화적인 농업을 하고자 바이오 다이나믹 농법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68 혁명 이후 침체기를 거친 후에는 해외 농업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1981년에는 부르키나 파소를 ‘국경없는 농부’로 방문하여 4년 후에는 현지에 농업연수국을 설립했다. 활발한 국제활동은 1988년 개발을 위한 응용기술과 국제교류 모임(Carrefour international d’échanges de pratiques appliquées au développement, Ciepad)을 열었다. 이 모임에는 마로크, 팔레스타인, 알제리, 튀니지, 세네갈, 베냉, 모리타니 등 많은 불어권 국가들이 참여했다. 1994년에는 현재 ‘땅과 인본주의’라는 이름으로 개명한 ‘피에르 라비의 친구들’이라는 협회를 창설한다. 유엔에서는 사막화에 대항하는 국제 협약 구상에 피에르 라비를 초청하기도 했다(Cartier, 2007).
2. 주요 활동 소개
구체적인 협회의 활동을 살펴보기 전에 프랑스에서 유기농 농업에 쓰는 용어들을 간단하게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유기농 농업(Agriculture biologique)은 정부로 부터 유기농 인증을 받는 농업이다. 일반 농업에서 널리 쓰이는 합성 화학물질이나 유전자 변형 물질이 쓰이지 않는다. 목축과 관련해서도 최소한의 항생제를 사용하며, 최대한 자연적인 방식으로 가축을 사육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생태농업(Agroécologie)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퇴비 생산, 다양한 종 사이의 상호 보완성 등 농장 생태계를 좀 더 적극적으로 고려한 개념이다. 끝으로 영속농업은 생태계에 기반해서 인간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얻는 것으로 의식주를 포함한 더 넓은 범위의 활동을 다루고 있다.
프랑스에서 유독 널리 쓰이는 생태농업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자.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러시아계 미국 농부인 바질 벤신(Basil Bensin, 1928년)이지만, 68 운동 이후 프랑스에서 이 용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프랑스 정부 연구소인 개발을 위한 농업연구와 국제협력센터(Centre de coopération internationale en recherche agronomique pour le développement, CIRAD)와 국립농업연구소(Institut national de la recherche agronomique, INRA)에서 생태농업에 관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프랑스에서는 거의 주류적인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땅과 인본주의 역시 생태농업을 실천하는 협회로, 생태농업을 생명을 존중하고 땅을 치료하는 사회 변화적 운동, 하나의 대안 사회를 구성하는 운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생태농업 정보와 기술 교환 플랫폼인 오자에(Osez l’agroécologie, OSAE)에서는 생태농업의 주요 원리를 위의 그림과 같이 일곱 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생명 다양성을 보호하고 생태계의 자율적 기능들을 보존하여 생태계의 고유한 회복력을 증진하는 것, 두 번째로 비료, 탄소 연료나 병충해 방지제 등 민감한 자원의 사용을 최소화하는것, 세 번째 지역 식료품 시장을 활성화 할 것, 네 번째 탄소 감축이나 자연 수분 같이 전체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활동에 동참할 것, 다섯 번째 종 다양성을 보존할 것, 여섯 번째 자연 자원을 보호할 것, 끝으로 동식물 간의 영양물질 순환을 돕는 것이 일곱 가지 주요 원리이다.
아르데쉬 남부 라블라쉐르(Lablachère)에 위치한 땅과 인본주의 농장은 생태농업 원리를 적용하여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농장은 1000m2 정도 넓이로 방문객을 받고 있다. 간단하게 농장 구성을 살펴보면 먼저 생태다양성 정원에서는 야생 상태의 채소와 방향성 식물을 재배한다. 가족 농장은 4인 가족이 1년을 살기 위해 필요한 작물을 재배하여 농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선례를 보여주고 있다. 정원 한 편에 양봉장을 설치해 양봉기술실습을 할 수도 있다. 양봉기술실습에서는 벌집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물론 심화과정에서는 벌집 분봉, 여왕벌 사육, 꿀 채집 등을 배울 수 있다. 식물정화(phytodepuration)농장은 식물의 뿌리와 박테리아를 이용해 물을 정화하는 농장이다. 물이 잘 빠지지 않는 못을 건설해서 굵은 모래와 자갈로 채우고 여기에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심는다. 첫 번째 못에는 갈대류를, 두 번째와 세 번째 못에는 부들, 붓꽃, 습지에 자라는 워터 민트 등을 심어준다. 이 과정을 거쳐 최종 정화된 물은 사람이 수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며, 농장 관개시설에 쓰에게 된다. 이 외에도 채소 재배 농장, 온실, 묘판, 건식 화장실 등을 방문할 수 있다.
농장에서 베어낸 풀 종류는 말려서, 아직 마르지 않은 콩과 식물, 퇴비와 같이 세 층으로 넓게 깔아 보관한다. 음식 찌꺼기는 따로 용기에 담아서 분해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건식 화장실에서 나온 폐기물은 생울타리나 장식용 나무 등에 사용한다. 지렁이를 이용한 롱브리콩포스트(Lombricompost)는 음식물 쓰레기 중에도 지렁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만을 골라서 주어야 한다.
땅과 인본주의는 서아프리카와 지중해 주변 국가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먼저 서아프리카 국가 중에는 세네갈, 부르키나 파소, 말리, 토고, 베냉에서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농업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개발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지역 단체인 사헬인민 생태농업 연대(Agroécologie et Solidarité avec les Peuples du Sahel), 농업삼림을 위한 협회(Association pour l’Agroforesterie)와 같이 사막화를 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말리 활동을 예로 들어 지역 생태농업 활동을 살펴보자. 말리의 타챠란 (Tacharane)이란 도시에서는 현지 기관과 협력하여 농업 환경에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여기서 같이 일하는 조직은 비정부기관인 생태미래연대(Union pour un avenir écologique et solidaire)와 열대종자 생산을 위한 생태농업센터(Centre agroécologique de production de semences tropicales)이다. 이들 기관과 진행하는 공동 작업으로는 지역 기후에 적합하고, 재생산이 가능한 종자 보급, 화학 비료를 생태 비료로 대체, 관개시설 개선과 수전 보호, 채소 경작 활동 장려와 재배 작물의 다양화, 건기에 할 수 있는 농업활동 연구 등이 있다.
지중해 주변 국가로는 알제리, 모로코, 팔레스타인과 튀니지에서 생태농업 운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모로코에서는 대형 농업 산업으로 인한 개발과 가족 단위 농업이 동시에 이루어져 생태농업의 적용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은 편이다. 2001년 피에리 레비 방문 후에 땅과 인본주의 모로코 지부가 창립(2005년)되었고, 2009년에는 생태농업 연수원이 문을 열었다. 여기서는 프랑스 농장처럼 생태농업 활성화를 위한 실험용 농장이 운영되고, 생태다양성 촉진을 위한 여러 실험이 진행된다. 또한 지역 농부와 관련 서비스 종사자를 대상으로 생태 농업 교육을 하는 것은 물론, 특별히 여성들을 위한 작물종자 교육이 실행된다.
Humanitarian Design Bureau (인도주의 디자인 사무소)
1. 개요
인도주의 디자인 사무소는 2012년 등록한 프랑스 사기업이다. 비정부기관이나 국제기관이 인도주의 행동을 할 때 필요한 제품이나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연구, 개발한다. 제품을 사용자의 문화와 환경에 적합한 제품, 인도주의 행동을 더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제품, 개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제품, 산업계에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자 한다. 이러한 제품 개발 전략으로 인도주의 기구는 효과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산업계 입장에서는 연구 개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2. 주요 활동 소개
대표적인 개발 상품 몇 가지를 살펴보면 먼저 쓰고 난 상자를 재활용해서 침대로 조립할 수 있는 뉴트리세(Nutriset)가 있다. 긴급한 인도주의 행동이 필요한 지역에서 물품 배송에 쓰이고 난 상자들을 침대로 사용한다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이다. 지역에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나 노약자들이 더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유니세프, 기아대책행동(Action contre la faim), 국경없는 의사회(Médecins sans frontières, MSF), 프랑스 적십자와 포장 전문 회사들이 개발 파트너로 참여했다. 2012년 개발되었으며 현재 산업 생산 중이다.
그외에 아이디어 상품으로 양쪽이 열리는 작은 병이나 취사에 필요한 도구들을 한 번에 운반할 수 있는 조리도구 세트 등이 개발되었다. 양쪽이 열리는 병은 바닥 부분에 마개를 설치해서 병에 남은 물질을 깨끗하게 쓸 수 있는 제품이다. 현재 개발 중인 다른 프로젝트로는 인도주의 데이터 베이스 구축 사업이 있다. 국경없는 의사회, 응급상황회복개발협회 (Urgence réhabilitation développement, URD) 등이 파트너로 참여한다. 인도주의 활동 중에 필요하거나 유용하게 쓰이는 상품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여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Summary and Prospect
유럽은 아프리카와 가까운 지리적인 환경으로 인해서 전통적으로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한 적정기술의 개발 및 보급에 신경을 많이 써왔던 지역이다. 특히 여기에서는 프랑스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5개의 적정기술 연구 및 보급 기관들을 소개하였다(Table 1). 특히 안테나 프랑스 등과 같은 NGO뿐만 아니라 인도주의 디자인사무소와 같은 주식회사 형태, 개발연구원과 같은 정부기관이 적정기술 관련 제품을 연구, 개발하고 여러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 향후 이러한 유럽의 활동들과 국내 활동의 연계 가능성 등 적정기술 연구를 위한 국제 협력 전략 등을 살펴 보는 것은 의미있을 것으로 사료된다.